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기반 2차 창작 소설 샘플입니다.
작성 시점 2학년 위주 옴니버스 단편집이며, 공식CP를 제외하면 NCP를 전제하고 작성하였습니다.
A5 / 무선제본 / 후기, 축전 포함 58p / 5000원
이하 샘플은 서로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적당히 통찰계 이능으로 생각하도록 행동하긴 했어도 조심할 수 있다면 하는 게 좋다. 상훈은 이렇듯 자세한 건 하나도 모르면서, 금방 눈치채고 그만큼 기민하게 배려하곤 했다. 시후 옆에 남욱을 편하게 눕힌 의신은 무심한 체하는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차분히 생각을 늘어놓았다.
“이상한 게 너무 많아. 장남욱과 도시후가 왜 직원 통로 안에 있는지, 누구와 대치한 건지, 어떻게 플레이어 두 명이 무력하게 잠든 건지. 만약 다른 사람이 봤다면 그냥 직원 통로에 침입해서 자는 거로 생각할 거야. 우리는 미성년자이지만 플레이어고, 장남욱이랑 도시후는 플레이어 군사관학교 학생이지. 잘못 꼬이면 나라를 지켜야 할 사관학교 생도가 야구장 내에서 난동을 부리다 잠들었다는 식으로 기사가 날 수도 있어.”
“그렇게까지 적는다고?”
“다친 곳이 없으니까 누군가에게 당했다고 증명할 방법이 없어. 사실 우리도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고. 상대가 이걸 노려서 싸우지 않고 재우기만 한 거라면 우리는 꽤 위험한 상황에 놓인 걸지도 몰라. 상대가 이 둘의 신원을 모를 수도 있고, 비약일 수도 있지만, 난 장남욱과 도시후가 아무 이유 없이 민간인과 대치하지는 않았을 거라 믿어. 만약에 ‘무언가를 하려는 상대’를 막으려다 이렇게 된 거라면 앞으로 무슨 일이 더 일어날지도 몰라.”
상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이 상황이 어떤 음모의 초입일 수도 있단 거잖아. 팍 찡그린 표정을 보더니 의신이 말을 덧붙였다.
“전부 내 착각일 가능성도 있어. 우선 애들을 깨워보자. 직접 대치했으니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야.”
16명이 모이면 각자 한 문장씩만 말해도 열여섯 문장이다. 지난밤 회의 이후 호랑이 저택에서 잠들어버려 호랑이들과 함께 등교한 조의신은 작년 초와는 확연하게 다른 활발한 분위기의 교실을 보며 남몰래 기뻐했다. 심정을 갈무리하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세음이 다가와 거대한 봉투를 내밀었다.
“지호 말대로 조금 전에 게임을 했는데, ‘의신이에게 빵 사주기’ 팀이 이겨서 방금 사 왔어요! 의신이가 도착하기 전에 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가게는 어떻게 골랐는데, 종류는 도저히 고르지 못하겠더라. 그냥 각자 샀더니 양이 좀 많지….”
“아냐, 괜찮아. 잘 먹을게. 고마워.”
의신의 표정이 서서히 기쁨으로 물들어가는 걸 지켜본 세음과 유리는 마주 보고 웃었다. 베푸는 데는 익숙해하면서 자기가 받을 일이 있으면 고마워 몸 둘 바를 모르니 괜히 더 주고 싶었다. 의신은 분명 열한 명이 샀는데 반 아이들이 하나씩 집어먹어도 남을 양의 빵을 바라보다가, 유통기한 안에 다 못 먹는다는 핑계로 모두에게 다시 빵을 나눴다. 홍천에 출장을 간 담임 대신 조례 시간에 맞추어 들어온 용제건에게도 빵을 돌리자 때아닌 아침 빵 파티가 열렸다. 의신이 눈치껏 상대가 고른 빵을 찾아 먹여서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빵을 먹을 수 있었다. 부반장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고른 빵은 전부 맛있었다.
“급우들이 은인을 이렇게 생각해주니 기쁘군. 그 마음이 담긴 빵을 나도 얻어먹었으니 보답을 해야겠다.”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눈을 뜨자 백호군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그시 눈을 감았다 떠보았지만 변하는 광경은 없었다. 내 최후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살아있는 사람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나 있었다. 꿈인가, 생시인가. 나는 꿈을 꾸지 않는데.
“…….”
그런 생각을 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백호군이 씩 웃었다. 시원시원한 미소가 걸린 얼굴이 평소의 냉랭한 표정과는 지나치게 다른데도 잘 어울렸다. 역시 내 최후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다웠다. 담대하고 강하고 뭐든지 잘하는 캐릭터는 웃는 모습도 멋진 법이다.
백호군은 그 웃는 얼굴을 유지하면서 그대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한 번씩 멈춰서 나를 돌아보는 게, 따라오라는 뜻 같아서 천천히 뒤를 따랐다. 하얀 무복 때문에 환해 보이는 넓은 등을 따라 걷는 동안에는 이곳이 어딘지에 대해 고찰했다. 주변은 온통 새카매 어디까지가 땅이고 하늘인지 알기 어려웠지만 올려다보면 별이 가득해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다. 저쪽 한구석에는 거대한 체스보드가 보이는데 백호군이 반대로 걷고 있어 자세히 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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